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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독 알레르기

작성자 김성훈 조회수 3565
벌독 알레르기


벌에 쏘여 발생한 아나필락시스 쇽크반응의 역사적 기록을 보면, 고대 이집트의 왕 Menes(B.C. 2621)의 무덤벽화에 왕이 벌에 쏘여 사망하였다는 내용이 상형문자로 남아있어 이것이 곤충 알레르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일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 곤충으로 알려진 벌은 막시류(膜翅類, Hymenoptera)에 속하며, 그 종류가 대단히 많아서 전세계적으로 대략 12만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46과에 1,000여종의 벌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에서 꿀벌과(Apoidea)와 말벌과(Vespoidea)의 벌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중요한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꿀벌과의 꿀벌(hoveybee)과 뒤엉벌(humblebee), 말벌과의 땅벌(yellow jacket), 말벌(hornet), 쌍살벌(wasp) 등이 가장 흔한 벌독 알레르기의 원인 곤충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땅벌은 복부에 노란 줄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땅속이나 벽속 또는 통나무 밑에 집을 지으므로 야외에서 무심코 건드리기 쉽다. 말벌은 난(卵)형 또는 서양배 모양의 집을 지어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거나 땅위에 있으며, 쌍살벌은 몸집이 크고 허리가 가늘며 처마밑이나 서까래에 집을 짓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연간 50명 이상이 벌종류에 쏘여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실제사망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숫자는 미국의 유명한 독사인 방울뱀(rattle snake)에 물려죽는 수보다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또한 여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전 인구의 0.4-0.8%가 벌에 쏘여 전신증상을 일으킨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인구 10만명당 1-10명 정도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중독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북의 한 농촌지역 학동 686명중 16명(2.4%)에서 벌독 알레르기의 기왕력이 관찰되었다는 결과가 있음을 볼때 지방에 따라서는 곤충알레르기가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님을 알수 있다.

벌독 알레르기환자의 30-40%에서 아토피의 병력이 있고, 심한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환자의 18-40%에서는 벌독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의 과거력을 가지고 있다. 양봉가나 그 가족에 있어서는 10% 이상이 벌독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이는 일종의 직업성 알레르기의 범주에 분류된다 하겠다.

벌의 독침은 산란관(産卵管)이 변화한 것이기 때문에 오직 암컷만이 사람이나 동물을 쏠수 있으며 한번 쏠때 10-50ug의 독액이 나온다고 한다. 꿀벌은 말벌과의 벌들과는 달리 자극을 주지 않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며 침에 미늘이 달려있어서 쏜 자리에 박히게 되므로 독액낭와 내장이 탈출되어 쏜 벌은 죽게 된다.

벌독액은 여러가지 효소, 펩타이드(peptide) 및 아민(amine)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중 항원으로서의 역할은 phospholipase A 를 비롯하여 hyaluronidase, acid phosphatase 및 meltin 등이 관여하며, 펩타이드와 아민은 독액의 흡수를 용이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dopamine, histamin, kinin, serotonin 등의 화학매체들도 독액의 구성성분이다.

1) 임상증상


(1) 아나필락시스

곤충에 쏘인후 나타나는 가장 심한 인체반응은 쇼크, 호흡곤란, 담마진 등의 아나필락시스이며, 이와 같은 급성 알레르기 반응은 전인구의 약 0.4%정도에서 관찰된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아나필락시스 증상은 벌에 쏘인후 15분이내에 발생하며, 증상이 빨리 나타날수록 더욱 심한 증상의 발현이 예견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피부에서 발견되는데, 전신적인 두드러기, 홍조, 혈관부종이 관찰된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더 심한 증상으로는 인두, 후두 및 기관등 상부기도의 부종과 순환기계의 허탈, 쇼크 등이 관찰되기도 한다. 그외에 위장관 경련, 설사, 자궁수축 등도 나타난다.

알레르기반응은 20세 이하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며 남여 발생비율은 약 2:1인바, 반응의 빈도는 야외 활동의 정도와 비례할 것으로 보인다. 전신반응을 일으키는 환자의 약 1/3에서 아토피성질환의 병력을 가지고 있으며, 두경부에 쏘였을때 알레르기반응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국소반응

벌에 쏘인후 나타나는 일반적인 반응은 국소적인 발적, 부종, 통증 등이며 이러한 증상은 수시간 이내에 소실된다. 좀더 심한 국소증상으로는 광범위한 부종이 관찰될 수 있으며 48시간 정도에 절정에 달하여 1주일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3) 비전형적인 증상

일부 환자에서는 혈관염, 신염, 혈청병, 신경염, 뇌염 등이 나타나며 이들 중 소수에서는 전형적인 급성 아나필락시스가 선행되듯이 그 발생기전에 어떤 형태든 면역반응이 관여할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나 아직 정확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4) 독성 반응

독성반응은 한꺼번에 여러번 벌에 쏘인 경우에 볼 수 있으며 독액에 포함된 강력한 물질에 의하여 순환계 허탈, 쇽크, 저혈압 등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알레르기성 반응과 독성반응의 감별이 쉽지 않은 경우도 흔히 볼수 있다.


2) 진단

다른 알레르기 질환에서와 마찬가지로 병력이 가장 중요한 진단방법인데 벌독에 의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은 그 특징적 병력으로 쉽게 진단될 수 있다. 간혹 벌에 쏘인후 증상의 발현이 지연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예에서는 인과관계를 확인하거나 원인이 된 벌을 동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즉 벌에 쏘인자리에 독침이 박혀 있으면 꿀벌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확인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근래에는 꿀벌 뿐만아니라 말벌과 벌들의 독액 추출액이 시판되고 있어서 벌독알레르기의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벌의 종류에 따라 교차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는 적으므로 피부반응 검사를 통하여 대부분 원인된 벌의 종류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환자의 88%에서 피부반응검사상 양성으로 나타나며, 심한 전신증상을 일으킨 환자일수록 낮은 농도의 독액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이는 경향을 갖고 있다.

벌독액에 대한 특이 IgE 항체 측정을 위한 체외 검사법으로 RAST와 백혈구의 히스타민 유리시험이 실시된다. RAST는 항체가의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벌독 양성 피부반응 환자의 약 20%에서는 RAST 음성이며, 반대로 피부반응 음성인 예에서도 RAST에 양성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백혈구의 유리시험은 아직까지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검사법은 되지 못한다.


3) 예방 및 치료

일반적인 알레르기 질환에서와 같이 항원으로부터의 노출을 피하고, 발현된 증상에 대한 적절한 대증요법이 적용되지만 재차노출에 의해 심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경우나 예방 및 치료가 어려운 예에 대하여는 면역치료가 시행되어야 한다.


(1) 회피 요법

벌독알레르기의 위험이 있는 환자들은 가능한한 벌에 쏘이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즉 벌이 많은 장소인 꽃밭, 과수원, 쓰레기장 등의 출입을 삼가하며, 옥외에서는 언제나 양말, 구두를 착용하고,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되 진하거나 충충한 색깔의 옷을 선택할 것이며, 방향성의 화장품이나 머리기름을 피하고, 벌이 있는 곳에서 뛰거나 빨리 움직여서 벌을 자극하지 말것이며, 운전중에는 창문을 닫고, 집주위에 있는 벌집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거할 것 등 간단하지만 필요한 주의가 요구된다.


(2) 응급처치 및 치료

벌에 쏘이면 즉각적으로 얼음찜질을 하든지 식육연화제(meat tenderizer)를 부착한다. 꿀벌의 독침이 피부에 박혀있는 경우는 이를 조심스레 제거함으로써 독액낭의 압축으로 독액이 체내로 더 흡수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병변이 광범위하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여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나휠락시스 증상이 나타나면 휴대용 에피네프린 1:1000 용액을 피하 주사한후 병원으로 이송한다. 휴대용 주사약은 누구라도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주사약이 장전되어 있어서 필요시 허벅지에 대고 찌르기만 하면 일정양의 주사약이 주입되도록 되어 있으며 시판되고 있다.


(3) 면역요법

벌에 쏘인후 심한 증상을 나타내는 벌독 알레르기 환자에 대하여 일반적인 회피요법에 대한 주의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불가피한 경우가 많으므로 최근에는 벌독에 대한 면역 치료가 흔히 시도되고 있다. 또한 벌독을 이용한 면역요법은 비교적 안전하고 그 효과도 다른 면역치료에 비해 월등히 좋아서 95% 이상에서 예방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